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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조금씩 수정해서 백업 진행중입니다.
보호글 비밀번호 링크가 폭파되었던것 같아 따로 수정했습니다.

ㅍㅅㅌㅇ 두개 모두 펑했습니다.
당분간 쉽니다. ㅌㅅㅌㄹ 및 틧 계정은 그대로 유지할 생각이며 문의는 따로 주세요.

if 1899.8
 갑작스럽게 그 틈바구니에 끼어든 어린 소녀의 모습이 환영처럼 일렁였다. 
 아. 그는 본능적으로 지팡이의 방향을 모로 꺾었다.



if 1899.12
 "미안해."
 "……이제 와서 할 소리야?"

 인사도 없이 그렇게 떠나놓고서, 몇달 만에 갑자기 찾아와서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 마주한 눈매가 서늘할만큼 차분하고 침착했다. 낯설기 짝이 없는 이질감이었다. 지난 몇 개월간 봐왔던 상대와는 사뭇 다른 인물처럼 느껴지는 거리감이 무형의 방패처럼 자신을 밀어내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널 잘 알고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던가? 입안이 바싹바싹 메말랐다. 마지막이 마지막이었던터라, 쉽게 받아줄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않았지만 이렇게 완고한 반응일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었는데. 그렇게 헤어지고 겨우 한 계절 남짓이 흘렀을 뿐인데 다시 만난 소년은 낯설기 짝이 없었다. 훨씬 파리해진 듯한 뺨과 한뼘 위로 올라온 듯한 눈높이, 얼어붙은 겨울 호수의 밑바닥처럼 가라앉은 눈동자.

 "용서해달라는 말을 하려고…… 다시 네 앞에 나타난 건 아니야."
 "그럴 생각도 없어. 너는…… 내 남동생에게 용서받지 못할 저주를 썼고, 내 여동생도 거의 죽일 뻔했지."
 "알버스, 나는──"
 "돌아가줬으면 좋겠어. 겔러트."
 "알버스."
 "솔직히 널 다시 보는 게 너무 괴로워. 네 이름을 부르는 것도, 너와 이렇게 마주보고 있는 것 자체도."

 이제껏 가면을 쓴 듯 무표정을 고수하던 앳된 얼굴 위로 한 줄기 균열이 스쳐지나간다. 당장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표정을 한 소년이 제게서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널 좋아했었지만, 지금은 그게 후회돼."
 "내가, 내가 다 잘못했어."

 이미 돌이킬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다시 영국에 발을 디딘 이유는 자신 역시 알 수 없었다. 너는 나를 다시 보고싶어하지 않을텐데. 네 동생들을 해칠 뻔 한데다 한 마디 인사도 남기지 않고 그대로 네 곁을 떠나버리기까지 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름에서 싸늘한 가을로, 가을이 찬 겨울로 바뀌는 동안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그렇게 아무 말 없이 훅 떠나버렸던 것이 정말로 옳은 일이었는지, 널 그곳에 내버려두고 온 것에 대해 수백 수천번씩 다시 곱씹었다. 이만 돌아가줘, 등을 돌리려는 상대의 손목을 자신도 모르게 붙잡았다. 기억보다 가느다란 촉감에 잠깐 멈칫하던 것도 잠시, 서로 눈이 마주쳤다. 낯선 눈매였다. 한때 그토록 열렬하던 눈빛으로 자신을 응시해오던 소년의 것이라기엔 지나치게 버석버석한 눈매였다. 늦가을 길거리에 나뒹구는 낙엽처럼 건조하고 메마른.

 "미안해."
 "……뭐가?"
 "전부."

 그러니까, 제발. 알버스. 제발. 한번만.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알 수 없었으나 간절하게 속삭였다. 미안해. 내가 다 잘못했어. 입안에서 단어와 단어가 아무렇게나 서로 부딪히고 수십수백개의 문장이 완성되지 못한 채 뭉개졌다. 그는 난생 처음 문장을 머릿속에서 어떻게 구성하고 내뱉어야 할지 알 수 없는 생소한 기분을 느끼며 몇번이고 반복했다.



if 1900
 날 평생 용서하지 않아도 괜찮아. …그럴 수 있었다면 그때 널 다시 받아주지도 않았어. 나지막한 목소리가 대답했다. 깍지끼듯 마주잡은 손에 지그시 힘이 들어갔다.



if 1902
 "교수로 일하기로 했어. 오는 9월부터."
 "호그와트에서?"
 "당연하지. 내 모교가 아니면 어디겠어?"
 "축하해. 담당과목은 뭔데? 원서 내겠다는 말만 하고서 그건 안 알려줬었잖아."
 "변신술."
 "잘됐네, 너 변신술 잘 하잖아. 전에 썼다던 관련 논문도 학계에서 유명했댔고. 사실 너니까 무슨 과목이든 잘 가르칠 것 같지만. 학기 시작이 9월 1일이지? 그때 데려다줄까?"
 "굳이 그럴 필요까진 없는데……"
 "데려다줄게. 첫 직장 첫 출근이잖아."
 "그럼…… 부탁할게."
 "좋아."



if 1904
"겔러트 오빠랑 결혼하고 싶어."

 아. 조금 있으면 다른쪽에서 폭탄이 떨어지겠군. 겔러트는 느지막히 대비했다. 귀를 막아버릴까 했지만 그랬다가는 더 난리를 칠 것 같아서 참았다.

 "──야, 너 내 동생한테 무슨 개소리 했어."
 "말이 심하네. 내가 대체 무슨 헛소리를 했다고 그래? 원래 네 여동생은 나 좋아하잖아. 원래 그 나이 또래 여자애들은 나처럼 잘생긴 사람을 좋아하고."
 "너 진짜 짜증난다, 너 때문에 내 여동생이 죽을 뻔했던 거 몰라? 양심도 없지."
 "그래서 사죄의 뜻으로 '고쳐'줬잖아. 난 네 귀여운 여동생에게 언제나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그리고 네 사랑스러운 형한테도 역시 최선을 다하고 있지."

 역효과만 날 것을 알면서도 꼭 마지막 문장을 덧붙이고나자 속이 시원했다. 야!! 한박자 늦게 외마디 소리가 고막을 때린다. 역시나 예상을 빗겨나가지 않는군. 그는 느긋하게 알버스의 귀가를 기다렸다.



if 1912
 이 학교에 소망의 거울이 보관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던 순간부터 매번 그 생각을 했다. 거울을 들여다보는 사람의 가장 내밀한 소망을 투영해준다는 거울을 보게 되면 과연 어떤 모습이 비쳐보일까.
 그래서 날 네 학교로 부른 거야? 같이 보자고? 처음으로 호그와트의 복도를 밟은 겔러트가 어린 소년처럼 눈을 반짝였다. 처음 만났던 순간 이후로 10년이 넘게 흘렀건만 특유의 명랑한 미소는 그대로였다. 어차피 부활절 휴가라서 성에 남아있는 사람들도 별로 없고, 딱 좋잖아. 그렇다고 너같은 모범생이 부외자인 나를 학교로 끌어들이다니 놀랍네. 아직도 날 그런 식으로 취급하는 건 너밖에 없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어. 여기야. 문고리를 비틀어 열자 빈 교실에 어울리지 않는 장식품처럼 서 있는 거울이 눈에 들어왔다. 웬만한 성인 남성의 전신을 비출 수 있을 정도로 큰 거울이었다. 알버스 네가 먼저 봐. 이제까지 한번도 안 봤다며. 내가 먼저? 나도 궁금하니까, 네 소망이란 게 뭔지. 못 이긴 척 이제껏 단 한번도 들여다 본 적 없던 소망의 거울 앞에 섰다. 눈을 감았다가 도로 떴을 때 거울에 비친 풍경은 낯익었다.
 ─별 다를 거 없는데? 똑같아. 뭐? 잠깐만, 나도. 겔러트가 냉큼 알버스의 옆에 와서 섰다. 특유의 버릇대로 눈을 가늘게 뜨고 한동안 거울을 응시하던 청년이 아, 짧은 탄성을 흘렸다. 나도 그래. 그냥 일반 거울처럼 너랑 나밖에 안 비쳐보이는데. 이 거울 하도 안 쓰이다보니 기능에 문제 생긴 건 아니지? 그런 건 아닐거야. 평범한 거울과 별 다를 것 없이 두 청년의 상을 그대로 비추고 있는 소망의 거울을 바라보며 알버스는 고개를 저었다. 내가 알기로 소망의 거울이 이렇게 기능하는 경우는……



if 1937
 그 아이를 보는 순간 자네 생각이 나더군. 묘하게 닮아있다는 느낌을 받았어. 지금의 자네가 아닌…… 조금 더 어릴 적의 자네 말이야. 십대 시절의.

 "그래서 어떻게 했지?"
 "어떻게 했냐니, 당연히 호그와트의 규칙을 알려주고 그러한 행동은 교내에서 용납되지 않을 거라고 했지.  동행을 제안했더니 혼자 다이애건 앨리에 가서 물건을 사오겠다고 하던데."
 "특이한 아이군. 정말 그런 꼬마를 학교에 받아들여도 되는 거야?"
 "내 선에서 함부로 아이의 입학 유무를 결정할 수는 없으니까."
 "너야 사람의 선의를 믿으니까 그런 거겠지. 내가 갔으면 그런 쎄한 녀석 따위 그냥 내버려두고 돌아왔을걸. 참, 그 아이 이름이 뭐라고?"
 "리들. 톰 마볼로 리들."



if 1971
 "교장이 된 것을 축하해."
 "고마워. 겔러트 자네야말로 이번에야말로 호그와트에서 일해보는 건 어때? 이젠 내가 교장이니까 남 밑에서 일하기 싫다는 핑계를 또 대지는 않겠지."
 "알버스, 나는 가르치는 데는 자질이 없어. 알잖아."
 "그건 직접 겪어봐야하는 거지. 그리고 내 신조는 끔찍한 선생에게도 배울만한 점은 있다는 것이라서."
 "……자네 학생들에게는 참으로 안타까운 신념이로군."
 "자네가 아무리 형편없는 선생이라도 뭔가 가르쳐주기는 하겠지. 그리고 난 자네가 그렇게 끔찍한 교수가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 어디 보자. 마침 비어있는 자리가──"

 잠시 고심하던 상대가 곧 밝은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올려 시선을 맞춰왔다.

 "어둠의 마법 방어술, 어때?"



if 1977
 사람은 누구나 변하기 마련이란다. 느리게 차를 타며 노교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달그락, 하는 소리와 함께 찻잔이 다시 탁상 위에 놓여졌다. 나쁜 쪽으로 변할 수도 있지만, 좋은 방향으로 변할 수도 있지. 포터도 마찬가지야, 에반스. 붉은빛이 도는 갈색 머리채를 귀 뒤로 얌전하게 넘긴 여학생이 난처한 듯 고개를 수그렸다. 하지만요, 교수님. 전 그애를 정말 좋아하지 않았는걸요. 정말로? 희끗희끗해진 금발을 뒤로 단정하게 빗어넘긴 노교수가 고민을 털어놓는 제자를 응시했다. 정말로 포터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확신할 수 있느냐? 네가 아까 털어놓았지 않니. 포터가 막 빗자루에서 내려온 것처럼 머리를 흐트러뜨리는 행위나 스니치를 가지고 장난치는 것, 쓸데없이 정의감에 넘쳐서 슬리데린 학생들과 부딪히는 것이며 다른 여학생들의 시선을 즐기는 게 싫다고. 포터가 정말로 싫었다면 왜 그 녀석의 일거수 일투족을 모두 보고있었던 게냐? 게다가 그건 네 입으로 몇년전 일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일일이 기억하고 있다니 대단하구나. 역시 우등생은 남달라. 아, 교수님…… 그건. 말꼬리를 흐리는 소녀를 향해 나이든 교수가 옅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나는 사람이 변할 수 있다고 믿는 편이란다. 특히 너희 또래의 아이들이라면 더욱 그렇지. 듣기로는 요새 녀석도 전보다는 철이 든 느낌이라던데? ……전보다는요. 그래도, 작년까지 그애가 했던 일들이 사라지는 건 아니잖아요? 저도 머글 태생이기에 학교 밖에서 얼마나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잘 알고 있어요, 바로 제가 당할 수도 있는 일들이니까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포터에게 마음대로 슬리데린 학생들을 징벌할 권리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건 그렇지. 포터가 정말로 바뀌었는지는 아무래도 에반스 네가 직접 판단할 일인 것 같구나. 내 생전 없을 일이라고 생각했건만 제자들의 연애상담도 꽤나 재미있군. 여, 연애상담이라니요! 그런 것 아녜요! 소녀가 도리질을 치며 뺨을 붉혔다. 그럼 우리가 지금까지 한 이야기는 무엇이었을까? 처음 약속대로 오늘 오간 대화는 비밀로 해주마. 알버스한테도 끝까지 함구하지. 노교수는 누군가의 익숙한 버릇처럼 손끝을 모으며 우아하게 대답했다.



if 1980.8
 제자가 성장하고, 성숙하며 자리잡아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스승으로서의 소소한 기쁨이다. 특히 아끼던 제자들이라면 더욱 그랬다. 제임스 포터와 릴리 에반스는 졸업 후 꽃 피는 봄에 결혼했고 태양이 가장 뜨거운 여름, 7월의 마지막 날 그들의 첫 아이가 태어났다.

 "아들이에요. 아이 이름은…… 해리, 라고 지을까 해요."

 팔에 갓난아이를 안은 릴리가 사랑스러운 듯 제 아들을 내려다보며 은사의 물음에 대답했다. 젊다기보다 어리다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앳된 외모였으나, 아이를 쳐다보는 시선에서 진한 모성과 애정이 읽혔다. 불사조 기사단의 유능한 전력이자 이제는 한 아이의 어머니가 된 제자. 그런 그녀와 그녀의 남편을 더할나위없이 아꼈던 두 스승은 울지도 않고 곤히 잠들어있는 아이를 내려다보았다. 마디가 길고 주름진 손이 아이의 통통한 뺨을 스치듯 매만졌다.

 "해리, 해리 포터…… 좋은 이름이구나. 아이의 대부는 정했느냐?"
 "시리우스가 해리의 대부가 되어주기로 했어요."
 "아쉽구나, 에반스. ──아니. 이제는 포터인가? 용서하거라, 스승은 제자들의 옛 이름을 쉬이 잊지 못하는 법이니. 혹시 아직 대부를 구하지 못했다면 자원해 볼까 했는데 한발 늦었군."
 "어머, 만약 해리에게 동생이 생긴다면 그때는 꼭 그린델발트 교수님께 부탁드릴게요."
 "교수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니 해리에게 동생을 만들어주기 위해 힘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릴리, 한 2년 터울이면 적당하겠지?"
 "제임스!"

 장난스레 아내의 어깨를 감싸안는 제임스와 남편을 타박하려는 듯 입을 열었다 꺄르르 웃음을 터뜨리는 릴리, 그것은 마치 그림처럼 행복한 부부의 모습이었다. 그 무엇과도 견주어 비교할 수 없는. 그들은 가장 사랑했던 제자들이자 이제 믿음직한 동료가 된 젊은 부부의 모습을 오래도록 눈에 담았다.



if 1991.7.31
 문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경첩에서 떨어져 나간다. 폭풍우를 뒤로 한 채 들어선 오두막에서는 바닷가 특유의 짠내가 강렬하게 풍겼다. 알버스의 부탁이 아니었다면 살면서 평생 발도 붙이기 싫은 장소였으나 어쩔 수 없지. 몇 걸음 내딛기가 무섭게 어둑어둑한 거실에 앉아있던 누군가와 눈이 마주쳤다.
 열살 남짓 되어보이는 어린 소년이었다. 그가 알기로는 오늘 열한살 생일을 맞았을 텐데, 소년은 또래 아이들보다 훨씬 작고 말라보였다. 한번 부러진 바람에 기워붙인 것처럼 보이는 안경, 마른 체격과 어울리지 않는 헐렁한 옷, 헝클어진 듯 보이는 흑발. 일어서봤자 기껏해야 그의 가슴팍 정도밖에 오지 않을 듯한 사내아이가 눈을 들어 그를 응시해왔다. 아몬드 모양의 눈매와 밝은 녹색 홍채가 유달리 낯익었다. 익숙할 수밖에, 다름아닌 그 릴리 에반스의 눈매였고 눈동자였으니까. 백합의 이름을 지녔지만 활짝 만개한 오월의 장미처럼 아름답고 강인했던 소녀를 기억했다. 누구나 사랑할 수 밖에 없었던 두 사람─ 릴리와 제임스 포터가 이 세상에 남긴 유일한 흔적, 그들의 하나뿐인 아들이 그의 앞에 있었다. 외모 자체는 제임스 포터의 어린 축소판처럼 보이기도 했으나 그 눈만은 릴리 에반스 포터를 빼닮아있는.

 "아버지를 닮았지만 눈은 영락없이 어머니의 눈이군. 그래…… 네가 바로 릴리와 제임스의 아들이로구나."

 진부하기 짝이없는 첫인사라고 생각했으나, 그는 머릿속에 떠오른 문장을 그대로 입밖으로 흘렸다.

 "해리 포터, 살아남은 소년. 이렇게 만나게 되어 반갑구나. 나는 너를 찾아왔단다."



if 1995.2
 "챔피언들로 하여금 그들의 소중한 사람을 호수에서 구출하게 하다니, 정말이지 특이한 시험이야. 포터의 위지는 위즐리, 디고리의 위지는 챙, 보바통 챔피언의 위지는 여동생이고…… 오. 덤스트랭 챔피언은 그레인저였군. 벌써 그렇게 깊은 사이가 되다니 놀라운걸."
 "'가장 소중한 대상'의 범위가 가족, 연인, 친구까지 다양하다는 것이 꽤나 흥미롭지 않나?"
 "아니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설마 그 시험 내용, 알버스 자네가 고안한 거야?"
 "글쎄. 온전히 나만의 아이디어냐고 묻는 거라면 그건 아닐세."

 그 주인이 가볍게 고개를 젓는 동시에 횃대에 앉아있던 불사조가 나지막히 목을 울렸다. 마치 교장실에 걸려있는 익숙한 초상화들처럼, 일종의 정물처럼 느껴지던 새는 가끔씩 이런 방식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는 했다. 퍽스. 상대가 낮은 목소리로 불사조를 달래는 광경을 응시하며 그는 불현듯 떠오른 생각을 내뱉었다.

 "안타깝게도 우리 때는 트리위저드 시합이 개최되지 않았었지. 만약 그랬다면 자네나 내가 챔피언으로서 더 일찍 만났었을 수도 있었을 텐데."
 "아쉬운 일이야. 그렇지 않나? 우리가 조금 더 일찍 만났다면 많은 것이 바뀌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니."
 "달라졌겠지. 아마 더 일찍 헛된 꿈을 버렸을 수도 있고."

 이미 지나가버린 과거에 대해 만약을 가정하는 것만큼 헛된 일이 없다고 할지라도, 분명 달라졌을 것이다. 그는 확신했다. 아주 많은 것이 바뀌었을 것이라고. 현재 자체는 변하지 않았을지언정, 현재에까지 이르는 과정은 매우 달라졌을 터.

 "만약 자네가 챔피언이었다면 누가 자네의 위지였을까?"
 "아마 경기가 진행될 수 없어서 방식을 바꿔야했을걸. 덤스트랭의 챔피언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은 호그와트의 챔피언이었을 테니까."
 "그래……? 호그와트의 챔피언 역시 마찬가지였을테니, 아예 시합이 진행될 수가 없었겠어. 챔피언 둘을 호수 속에 집어넣고 서로를 구하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그것도 나름대로 재미있었겠는걸."

 두 노마법사는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서로 마주보고 웃음을 터뜨렸다.



if 1996
 "이게 그 호크룩스인가? 보기에는 그저 평범해 보이는데."
 "그래보이지만 볼드모트 경의 영혼 조각이 봉인되어있는 호크룩스가 맞다네. 혹시라도 그 반지 손가락에 끼워볼 생각은 꿈에도 하지 마."
 "아, 마침 잘 말해줬어. 거의 그럴 뻔 했는데."

 농담 아니야, 그랬으면 자네 정말로 죽었어. 보기 드물게 심각한 표정을 지은 채 반지를 도로 가져간 상대가 그것을 서랍안에 밀어넣었다.

 "어쨌든 그게 정말로……?"
 "맞아. 곤트의 반지에 박혀있는 것이 세 가지 죽음의 성물 중 하나인 부활의 돌일세. 어릴 적 자네와 내가 찾으려고 했었던……"

 한때의 치기이자 열병이라고만 생각했던 것을 정말로 마주할 날이 오다니. 한때 찾고자 집착했던 것이라는 게 믿어지지가 않아 그는 닫혀버린 서랍을 계속해서 응시했다. 딱총나무 지팡이, 부활의 돌, 투명 망토. 삼형제 이야기 속에서 나올만한 완벽한 투명 망토는 이미 본 적 있었으므로, 굳이 따지자면 성물을 처음으로 본 것은 아니었는데도 그러했다. 애초에 십대 시절에도 투명 망토에는 별 관심이 없어서였을지도 몰랐다. 그도 알버스도 투명 망토의 도움 없이 스스로를 숨기는 데 전혀 문제가 없었으므로. 그래도 제임스 포터가 가지고 있던 투명 망토를 직접 보았을 때는 조금 놀라긴 했었다. 현재에 비교하면 보잘 것 없는 충격이라 할지라도.

 "겔러트? 설마 지금까지도 인페리우스 군단에 미련이 남아있는 건 아니라고 믿고 싶은데."
 "아니야."
 "너무 열렬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길래 농담 좀 했어. 사실 자네가 성물 중에서 제일 갖고 싶어했던 건 딱총나무 지팡이였으니까. 투명 망토와 부활의 돌이 실존하는 걸 보니 딱총나무 지팡이도 분명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겠지……"
 "그렇겠군. 젊은 시절이라면 당장이라도 찾아 나서고 싶어했을 테지만─"

 그는 어깨를 으쓱하며 왼손에 쥐고 있던 지팡이를 가볍게 휘둘러보였다. 날갯짓하는 송골매처럼 유려한 동작이었다.

 "지금은 내 지팡이로 충분히 만족해."



if 1997.6
 "왜 포터와 단둘이서 가겠다는 거야? 나도 동행하게 해줘."
 "안 돼. 자네까지 따라오면 내가 자리를 비웠을 때 학교는 누가 지키고?"
 "유능하고 믿을만한 교감이 있지않나. 그 꼬마와 단둘이 가면 만일의 상황에서 자네는 누가 지키지? 보나마나 자넨 포터를 감쌀 거잖아."
 "겔러트. 몇번이고 말했지만 내 몸은 내가 알아서 해."
 "그래서 그 꼬맹이가 몇번씩 자넬 해치려는 시도를 해도 그냥 내버려뒀었나 보지?"
 "말포이 군은 볼드모트 경에게 이용당하고 있을 뿐이니. 사실상 내게 해를 끼치지도 못했지않나."
 "자네에겐 직접 해를 가하지 못했어도 하마터면 위즐리와 벨이 죽을 뻔했어. 그 녀석은 그 집단에 적극적으로 소속되길 바랬고 이제는 사람까지 해치려고 하고 있어. 난 자네가 그 꼬맹이를 방치하고 있는 이유를 영 모르겠단 말이지……"
 "말포이 군의 영혼은 아직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되지는 않았을 걸세."
 "영혼은 사람 눈에 안 보여. 아무리 자네라고 해도 타인의 영혼의 순도를 판별하겠다는 건 오만이야."
 "늙은이의 오만이라고 해도 좋지만…… 겔러트 자네나 나나 사람 보는 눈은 있지 않나? 처음 만난 순간 자네와 내가 서로 동류라는 것을 알아봤던 것처럼."
 "그 이야기를 지금 끼워넣는 건 반칙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자네는 어려서부터 반칙을 좋아했지. 이제와서 내가 한두개 반칙을 저지른다고 지적할 셈인가?"
 "……어쨌든, 나는 자네가 위험에 빠지는 걸 보고싶지 않을 뿐이야."
 "무사히 돌아오겠다고 약속할게. 그럼 만족하겠어?"
 "반쯤은."
 "좋아. 그럼 다녀오겠네."
 "꼭 약속 지켜야 해. 알버스."



if 1998.5.2
 볼드모트는 끝내 몰락했고, 살아남은 소년은 다시 한번 살아남았다.



if 2017.9.1
 ──포터, 알버스!
 어둠의 마왕을 물리친 영웅, 해리 포터의 친자식들 중 할머니의 눈을 지닌 유일한 아이는 제 이름이 호명되자 천천히 걸어나와 마법의 분류 모자를 들어올렸다. 모자를 쓰기 전, 어린 소년과 동일한 이름을 지닌 노마법사의 시선이 서로 교차했다. 단상 위에 앉아있던 호그와트의 교장은 가장 아끼던 애제자의 차남을 향해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수줍게 눈을 내리깐 소년이 곧 분류모자를 머리에 썼다.
 모든 것이 괜찮았다. 괜찮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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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linkis.com/wiki-chan.net/hloPw)

저번에 했었던 해포 소트 백업.
항상 나는 해포 최애가 없다 왜냐하면 없기 때문이다 지쟈스 부인하는 베드로마냥 외우고 있는데 이쯤되면 인정해야하지 않을까?^^;;;
몇번 반복해봤는데 상위권 멤버들은 매번 비슷비슷했다 겔알/포터팸/말포이팸/골든트리오/시리+무/맥고나걸교수님 루나와 플뢰르 정도인 걸로.
순서대로 최애컾(겔알)-차애컾(제릴+그 외아들)-삼애컾(루시사+그 외아들) 정직하게 나와서 조금 웃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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ㄹㅋㅂㅅ  (0) 2017.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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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년은 상대의 답장을 기다리는 행위 자체에는 아주 익숙했다. 알버스가 평소 서신을 주고받는 상대들은 당대 명망이 높거나 저명한 학자들이 대다수였으며, 당연하게도 그들은 평소에도 아주 바빴다. 아직 학교도 졸업하지 못한 어린 학생 -아무리 그 학생이 한세기에 한번 나올까말까한 천재라고 할지라도- 과의 대화에만 온전히 몰두할 수 없는 위치의 인물들이었다는 이야기였다. 그랬기에 국내외 명사들과 편지를 주고받는 것은 항상 느지막한 속도로 진행되었다. 짧게는 1주일, 길게는 보름에서 한달까지. 부엉이 편에 편지를 보내고 나면 그 정도는 기다려야 비로소 상대의 답신이 도착하고는 했다. 그렇기에 편지를 보내고 나서 다시 답장이 올 때까지 쭉 기다려야 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었으며, 알버스는 단 한번도 답신의 도착여부와 속도에 있어 조바심을 내 본 적 없었다. 적어도 올해 여름까지는.

 "……"

 마지막 문장에 마침표를 찍고 서명까지 한 후 알버스는 제가 쥐고 있던 깃펜을 조심스레 내려놓았다. 분명 이른 아침에 만나 주위에 엷은 낙조가 깔리기 시작할 즈음이 되어서야 겨우 헤어졌을텐데, 왜 귀가하고나면 하지못했던 이야기들이 또 떠오르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겔러트. 기적처럼 제 앞에 나타난 또래 소년. 자신만큼이나 똑똑하고, 또 자신만큼이나 영리한…… 그와 만난 이후로 학계의 유명인사들과 서신을 주고받던 교류는 거의 중단하게 되었다. 졸업 전부터 꾸준히 교류를 지속해오던 이들이 대다수였으나 별로 아쉽지는 않았다. 지금 당장, 제 눈앞에 알버스 자신만큼이나 총명하면서 대화가 잘 통하는 동년배가 있는데 굳이 그래야 할 이유를 느끼지 못했으므로. 자신보다 나이가 몇배 이상 많은 마법사 혹은 마녀들과 학술적 교류를 시작한 근본적인 이유 중 하나는 또래 소년소녀들 중에는 대화가 통하는 상대가 없었기 때문이었는데, 이제는 아니지 않은가. 당장 그와 나누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았고 그와 함께 보내는 1분1초가 소중했기에 자신의 시간과 열정을 다른 곳에 쪼개어서 쏟아붓고 싶지 않기도 했다. 어차피 내일 해가 떠오르면 다시 만나게 될 상대였다. 내일도, 모레도. 하지만 밤이 흐르는 동안 자신이 하고 싶은 말, 그와 나누고 싶은 화젯거리를 하나라도 놓쳐버리게 될까봐 내일까지 기다리기는 어려웠다. 당장이라도 네게 전하지 않으면. 지난 17년간 항상 낮과 밤의 길이는 같았을진대 이번 여름밤은 유난히 길고도 지루했다. 밤이 이토록 길게 느껴지는 때가 이제껏 또 있었던가? 그렇기에 알버스는 상대와 방금 헤어졌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집에 돌아와서 도로 펜을 집어드는 것을 택했다. 편지에 담긴 내용은 다양했다. 형이상학적이고 철학적인 토론 주제도 있었고, 현 사회의 부조리와 그에 대한 비판도 있었으며, 가끔씩은 서로가 알지 못하고 흘려보낸 각자의 학창시절과 지난 과거들에 대한 고백같은 편지도 있었다. 그리고 오늘 보내려고 쓴 편지. 한쪽 다리를 쭉 내뻗고 대기하고 있는 부엉이에게서 잠깐 눈을 뗀 채 자신이 쓴 편지에 시선을 떨어뜨렸다.

 이것이 바로 네가 덤스트랭에서 저지른 실수였어! 하지만 난 불평하지 않아. 네가 그 학교에서 쫓겨나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결코 만나지 못했을 테니까. 알버스.

 …너무 솔직하게 썼나? 마지막 문구를 지워버릴까 잠시 고민하다 말고 알버스는 그대로 편지를 봉했다. 어쨌든 그 문장 자체는 진심이었다. 네가 퇴학당한 게 기쁘다는 듯 지나치게 들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않았으면 바랄 뿐. 만약 겔러트가 덤스트랭에서 쫓겨나지 않고 그대로 쭉 학교를 다니다가 졸업했다면 이 고드릭 골짜기까지 올 일은 영영 없었을 터. 변덕처럼 중간에 대고모 댁에 들리게 되었다 해도 최소한 올해 여름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리고 내게는 올해 여름이 아니라면 의미가 없었겠지. 평소처럼 그에게 잘 전달해 줘, 알겠지? 수리부엉이의 다리에 편지를 매단 후 작게 속삭이자마자 부엉이가 홰를 치며 열린 창밖으로 날아갔다. 겔러트가 머무르고 있는 그의 대고모, 바틸다 백셧의 집은 알버스의 집에서 그다지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번 부엉이가 편지를 전달받아야 할 상대에게 잘 찾아가길 바라며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계속 응시하게 되는 건 왜인지 스스로도 이유를 잘 알 수 없었다. 어느덧 창밖에는 새까맣게 어둠이 내려앉아있었다. 밤공기를 가르고 날아가는 부엉이의 뒷모습이 이내 여름밤의 찬 어둠 속으로 스며들어 사라졌다. 아마 몇분 지나지 않아 부엉이는 겔러트의 손에 자신이 쓴 편지를 떨어뜨릴 것이고, 그가 답장을 쓰기까지 참을성 있게 기다렸다가 답신과 함께 돌아올 것이다. 이제까지 항상 그랬듯이.
 이제까지 단 한번도 편지를 보낸 후 그 답신이 최대한 빨리 도착하길 간절하게 바라본 적은 없었다. 아무리 학계에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고 편지를 주고받는 것 자체를 영광으로 여겨야하는 거물들이었다고 해도 그랬다. 어차피 기다리면 언젠가는 답장이 도착할 것이고, 서두를 필요는 전혀 없다고 생각했다. 알버스와 교류하는 명사들 중에는 먼 해외에 거주하는 이들도 무수했고, 외국인 마법사들 역시 많았다. 하지만 왜 바다 건너 머나먼 곳에 사는 이들의 답신을 기다리는 것보다 바로 옆집에 살고 있는 또래 소년의 답신을 기다리는 것이 더 어려운 것인지. 막 떠오른 생각들을 편지로 옮길 당시에는 들떠 있었다고해도, 겔러트에게 편지를 보낸 이후 답장이 도착하기까지 기다리는 시간은 언제나 불안하고 초조했다. 너무 늦게 보냈나. 혹시 이미 잠들어 있을까, 내가 부엉이를 보내서 괜히 자고있던 널 깨우게 되는 건 아닐까. 알버스는 벽시계를 흘낏 응시했다. 신경쓰지 않고 있는 사이 이미 자정이 훨씬 지나있었다. 이제까지 자정을 넘긴 시간에 편지를 보낸 적은 없었는데, 역시 너무 늦은 시간이라 자고 있을까? 자신 역시 그냥 자러가는 게 나을까 싶기도 했으나 정신이 말짱한 탓에 잠은 전혀 오지 않았다. 방을 이리저리 서성거려 보기도 하고, 겔러트를 만난 후 내팽개쳐 놨던 상장들 위에 뽀얗게 낀 먼지를 털어내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내려고 애썼지만 다시 시계를 보았을 때 여전히 십분 정도밖에 지나지 않은 상태였다. 만약 답장이 온다고 해도 최소 이삼십분은 더 걸릴 텐데. 알버스는 결국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이지 올해 여름밤은 길고도 길었다.
 그 순간 창가에서 뭔가 가볍게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답신이 오기엔 아직 이른 것 같은데, 설마 부엉이가 벌써 돌아왔나? 반신반의하며 돌아선 알버스의 눈에 의외의 광경이 비쳤다.

 "─겔러트?"
 "안녕. 알버스. 이것 좀 열어줄래?"

 여름밤을 배경으로 더욱 화려하게 반짝이는 금발과 환하게 미소짓고 있는 잘생긴 얼굴. 마치 큰 새처럼 창가에 도사리고 앉아있는 십대 소년이 다시한번 창유리를 똑똑 두드렸다. 상대의 모습이 신기루나 환각이 아니라는 것을 확신한 순간, 갑작스레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너 대체…… 어떻게?"
 "답장 쓰다가 갑자기 오고 싶어져서. 대고모님이 주무시고 계시길래 몰래 빠져나왔어. 이 시간에 방문하는 건 처음인 거 같다, 그렇지?"
 "그렇네, 정말……"
 "그러니까 창문 열어주지 않을래?"
 "아, 미안해. 지금 열어줄게."

 그저 답장을 기다리고 있었을 뿐인데 본인이 직접 나타나서 놀란 것도 잠시, 자신이 겔러트를 창밖에 내버려두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알버스가 허둥지둥 창가로 다가갔다. 지팡이를 집어들 생각도 나지 않아 떨리는 손으로 몇차례 헛손질까지 해가며 잠겨있던 창문고리를 어렵사리 풀었다. 딸칵, 하고 창문고리가 풀려나가는 금속성과 함께 겔러트가 가볍게 방안으로 뛰어들어왔다.

 "놀랐지? 미안해. 오겠다는 말도 미리 안 하고 와버려서."
 "아니야. 어차피 네 편지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하긴 알버스 너도 내 답장보다는 내가 직접 오는 게 더 좋지?"

 이국에서 온 소년이 새하얀 달빛 아래에서 달빛보다 더 화사하게 웃었다. 눈부신 것을 본 사람처럼 알버스는 의식적으로 눈꺼풀을 깜박였다. 꿈이 아니라 현실이건만, 마치 생생한 자각몽을 꾸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단 한번도 밤에 만난 적이 없었던가. 항상 해가 떠 있을 때 만났고 해가 지기 전 헤어져서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그렇기에 월광과 짙은 어둠을 배경으로 조우한 상대는 다소 낯설게 보였다. 잠깐 방안 풍경을 둘러보는 듯하던 겔러트가 예고없이 오른손을 뻗어왔다.

 "잠깐 밖에 나갔다 올래? 우리 밤에 만나는 건 또 처음이잖아."
 "지금? 당장?"
 "응. 공기도 선선하니 좋던데, 네 동생들도 다 자고 있지 않아?"
 "그건 그렇지만 이 시간에 나가는 건……"
 "서신으로 보내는 것보다 직접 얼굴 보고 이야기하고 싶어서 찾아왔단 말이야. 내일 아침까지 기다릴 수가 없었어. 그러니까 오늘 하루만, 알버스……"

 애교라도 부리는 것처럼 나긋나긋한 목소리가 알버스를 재촉해왔다. 이제까지 깨어있던 이유도 겔러트의 편지를 기다리기 위해서였으니 본인이 직접 방문했다면 당연히……
 그런데 겔러트. 나 지금 잠옷 입고 있는데. 아, 뭐 어때. 밤인데 누가 밖을 보고있겠어. 정 신경쓰이면 투영마법 걸어줄까? 아니, 됐어. 네 말대로 누가 보겠어. 못 이기는 척 손을 내뻗어 마주잡은 손바닥의 감촉은 건조하고 서늘했다. 아까 보냈던 네 편지 여기 있어, 겔러트가 생글 웃어보이며 다른 손에 든 편지를 내보였다. 아. 새삼 아까 자신이 보냈었던 편지를 확인하자 민망한 기분이 들어 슬쩍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내가 덤스트랭에서 실수한 것에 대해서 불평하지 않는다고 했지? 나도 마찬가지야, 어쨌든 학교가 날 내쫓아준 덕분에 여기 와서 알버스 널 만날 수 있었으니까."
 
 자신이 써보냈던 문구에 대한 화답을 활자도 아닌 목소리로 전달받자니 새삼 뺨이 달아오르는 것 같았다. 그럼 가볼까? 물이 흐르는 듯 산뜻한 목소리가 자신을 재촉했다. 제 얼굴이 어둠 속에서도 티가 날 만큼 많이 붉어지지 않았기만을 바라며 알버스는 낮게 속삭였다.

 "오늘 하루만이야."
 "고마워."

 겔러트의 가벼운 손짓에 다시 창문이 비스듬히 열렸다. 쏟아지는 달빛은 시리도록 희었으며 뺨을 스치는 밤공기는 시원했고, 어딘가에서 풀벌레 우는 소리가 나직하게 들려오고 있었다. 두 소년은 손을 맞잡은 채 여름밤의 일탈과도 같은 첫 걸음을 내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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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다……

대체 왜 이렇게까지 자연스럽게 어디엔가 있을 거 같은 느낌으로 예쁜거지

니 얼굴… 최고……

솔직히 이 얼굴을 두달 보고살았는데 누가 눈에 참;;;;

카이우스는 워낙 본판이 조녜여서 오히려 어플돌린 것보다 본인이 더 예쁜 경우가 많아서 그나마 건진 것만 올림
그리고 퀸 ㅇㅏ서.


제이미는 워낙 미인에 가까운 미남이고 그래서 헤어며 메컵이며 골격이 기막히게 변해서 고양2상 현실뷰ㅌㅣ되는데 토비는 얼굴 선이 비교적 가는 편이라 그런가 틴에이지 시절은 어플이 잘 인식을 못했다ㅠㅠ 나는 구ㄱㅡㄹ이 인정한 뷰티라서 이미 지금도 충분히 예뻐서 그렇다는 결론을 내리긴 했지만ㅋㅋㅋㅋㅋㅋㅋ 드라마틱하지않고 좀 아쉬웠지만 그럭저럭 건진 것들만 백업
쨌든 이 앱 덕분에 ts 신나게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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