겔러트가 마왕길 걷지 않고 알버스의 트로피허즈번드되어 행쇼했다면 본편은 어떻게 전개되었을까 보고싶은 부분만 부분적으로 연성하는 글



*1권에서 해그리드를 대신해서 해리 데리러 오는 겔

 해리의 열한번째 생일 정각이 되기가 무섭게 쾅, 다시 거세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 바람에 두들리가 잠에서 깨어나고 -누가 대포라도 가지고있어? 졸음에 겨워 그가 멍청하게 말했다- 손에 라이플을 든 버논이 침실에서 뛰어나왔다. 거기 누구야? 경고하는데 이쪽은 무장했다고! 그가 문밖을 향해 위협하듯 소리쳤다. 잠시 침묵이 흐르고, 응답하듯 거대한 파열음이 진동했다.
 문은 거의 경첩 째로 뜯겨나가다시피한채 바닥에 쓰러져있었다. 그리고 쓰러진 문 너머 현관에 서 있는 것은 놀랍게도, 이런 파괴적인 풍경과 어울리지 않는 반백의 노신사였다. 아마 젊었을 때는 꽤나 화려한 미남이었을 것 같은 인상이었다. 단정하게 빗어넘긴 희끗희끗한 머리칼, 그리고 세월의 흐름으로 인해 주름이 패인 뚜렷한 이목구비에는 음영이 진하게 드리워져있었다. 그에게서는 알 수 없는 강한 이질감이 풍겼다. 무릎 너머까지 길게 늘어뜨린 검은 망토라는 낯선 의복 -그의 왼쪽 어깨에는 무려 자그마한 부엉이 한마리도 앉아있었다- 때문일지, 아니면 멀리서도 해리 자신을 뚫어져라 응시하는 날카로운 눈빛 때문일지는 알 수 없었다.


 "그의 부탁만 아니었어도 내가 여기까지 직접 올 일은 없었을 것 같지만…… 안 그런가, 해리 포터."
 "저, 저를 아세요?"


 낯선 침입자가 자연스럽게 입에 올린 자신의 이름에 해리의 심박수가 순간 치솟았다. 어떻게 이 사람이 내 이름을 알고 있는거지. 자신도 모르게 흘러나온 듯한 떨리는 목소리에 노신사가 피식 웃었다.


 "당연히 알지. 너를 모를리가 있나?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도 아주 잘 알고 있단다, 포터. 마지막으로 너를 봤을 때는- 넌 고작 포대기에 싸인 갓난아기였어."
 "……저를?"
 "그동안 많이 컸구나, 살아남은 소년."


 그순간 냉막하던 푸른 눈동자에 처음으로 미소 비슷한 것이 스쳐지나간 것 같다고 해리는 생각했다.
 현관에 서 있던 그는 천천히 걸음을 떼어 버논이 뭐라 막을 새도 없이 쓰러진 문을 타넘고 안으로 들어왔다. 아까도 느꼈지만 그는 정말 놀라울정도로 주변 사물들과 어울리지 않았다. 느닷없이 정오의 킹스 크로스 역에 야생 재규어 한 마리가 등장한다면 저런 느낌일까. 영 내키지 않는다는 듯 비린내 풍기는 벽들과 낡아빠진 가구들을 둘러보던 노신사는 경첩에서 통째로 뜯겨나가버린 문을 향해 우아하게 두 팔을 벌렸다.


 "레파로."


 그 순간 마법이 일어났다. 마법, 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기적이었다. 산산조각나다시피 부서져있던 문이 되감기하듯 스스로 제 자리를 찾고, 언제 뜯겨져나갔냐는 듯 멀쩡한 상태로 되돌아갔다. 불과 몇 초만에 해리의 눈 앞에서 바닥에 쓰러져있던 문짝은 언제 그랬냐는 듯 원상태로 돌아가있었다. 애초에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하지만 그 기적을 불러일으킨 듯한 노신사는 여전히 해리의 눈앞에 존재했으며 조간신문이라도 읽는 듯 태연하기 짝이 없는 표정이었다.
 이제까지 알아왔던 세계가, 낯선 균열을 내보인 채 전복했다. 그 파장을 불러일으킨 존재를 향해 해리는 떨리는 목소리로 질문했다.


 "누구세요…? 저건 또 어떻게…?"


 노신사가 미소지었다.


 "겔레르트 그린델발트. 여기 식으로는 겔러트 그린델왈드인가. 네 마음대로 부르거라. 호그와트의 교수직을 맡고 있지."
 "호그-?"
 "나는 너를 데리러 왔단다. 포터."
 "저를요……?"


 단정한 외모의 노신사, 그린델왈드에게서는 좌중을 압도하는 듯한 강렬한 존재감이 풍겼다. 딱히 체격이 크다거나 우락부락 위협적인 인상인 것도 아닌데 마치 날선 발톱을 숨기고있는 맹수와도 같은 위압감이었다. 그가 이 집 안에 들어선 후, 평소답지 않게 뱀 앞의 생쥐처럼 찍 소리도 못하고 얼어붙어있는 더즐리 가족 세 사람이 그 증거와도 같았다. 아마 해리가 그를 쳐다보며 입을 열어 질문이나마 던질 수 있는 것은 노신사가 묵시적으로나마 허락했기 때문이 아닐까. 해리를 내려다보는 그의 눈매가 살짝 부드러워졌다.


 "그래. 해리 포터, 살아남은 소년…… 너는 마법사란다."


 염분기를 고스란히 머금은 공기중에 침묵이 흘렀다. 옆에서 버논과 페투니아가 헉, 하고 낮게 숨을 들이키는 소리가 들린 것 같기도 했지만 해리는 입을 반쯤 벌린 채로 얼어붙어 있었다. 방금 저분이, 내가, 뭐라고?


 "방금 뭐라고 하셨……?"
 "마법사라고 했다, 포터. 보아하니 네 이모와 이모부는 그동안 네게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은 모양이구나. 그렇다고해도 너는 나의 세계, 그리고 네 부모가 속해있던 세계의 일원이니 말이다."
 "네? 저희 부모님을 아세요?"
 "네 부모는 유명하단다. 포터 너 역시도 매우 유명하고. 우리들의 세계에선 말이지. …그리고 이건 네 편지다. 이제서야 전해주게되는구나. 뜯어보거라."


 유려한 동작으로 망토 안에서 작은 편지봉투를 꺼낸 그린델왈드가 해리의 손에 약간 구겨진 봉투를 내려놓았다. 해리는 밝은 초록색 잉크로 포터 씨에게, 라고 쓰여있는 봉투를 뜯어 편지를 읽기 시작했다.
 제일 상단에 써있는 글귀는 그것이었다. 마법사와 마녀들을 위한 호그와트 마법학교. 편지의 내용은 간결했다. 귀하가 학교에 입학하게 된 것을 축하드리며, 필요한 교과서와 물품들은 따로 동봉된 리스트를 참조하라는 내용이었다. 해리는 마지막에 서명된 이름을 천천히 입안으로 굴렸다. 교감 미네르바 맥고나걸.
 머리 위로 불꽃놀이가 어지럽게 터지는듯한 혼란스러움을 느끼며 해리는 무엇부터 질문해야할지 조심스럽게 말을 골랐다.


 "저어, 제 부엉이를 기다린다는 말은 뭐죠?"
 "아, 잊고 있었군."


 다시 그가 여유로운 동작으로 손뼉을 두어번 치자 바로 앞 허공에 양피지와 깃펜이 나타났다. 그것에 놀랄 새도 없이 깃펜은 둥둥 떠있는 채로 혼자 글씨를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매우 화려하고 고풍스러운 글씨체였다.
 「알버스에게, 방금 포터에게 편지를 전해 주었어. 부탁받은 대로 그 아이를 데리고 물건들을 사러갈 생각이야. 오늘따라 날씨가 끔찍한 것 같군. 네 눈동자가 벌써 그리워질 지경이야. 애정을 담아, 겔러트.」
 마지막 서명이 끝나자 양피지가 저절로 돌돌 말렸고, 신호라도 받은 것처럼 이제껏 노신사의 어깨 위에 얌전히 앉아있던 작은 부엉이가 파드득 날개를 쳤다. 그린델왈드는 자연스러운 동작으로 양피지를 부엉이의 다리에 매달았고 몇발짝 더 걸어나가 태풍 치는 밤바다로 부엉이를 날려보냈다. 그는 그 기이해보이는 일련의 행위를 마치 벨이 울리는 수화기를 집어드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해냈다. 묘하게 상쾌해진 듯한 표정을 지으며 노신사가 다시 돌아섰다.


 "부엉이를 기다린다는 것은 이런 의미지. 우리들은 머글과 다르게 부엉이로 소식을 전한단다. 그럼 가볼까, 포터?"
 "네…? 지금 이 시간에…… 어디로요?"
 "당연히 다이애건 앨리지. 설마 이 내가 이 누추한 곳에서 밤을 보내야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살아남은 소년?"


 다이애건 앨리? 해리로서는 생전 처음 들어보는 지명이었다. 그건 또 어디란 말인가. 당장 호그와트- 아마 학교인 것 같지만- 가 뭐하는 곳인지도, 그리고 자신이 마법사라는 게 무슨 의미인지도 채 파악하지 못했는데 설명도 없이 이 밤중에 또 다른 곳으로 데려가겠다니? 아마 고아한 분위기의 노신사는 겉모습과는 다르게 성격이 급한 모양이었다. 하긴 애초에 들어오는 것조차 경첩 째로 문을 부숴버리고 들어오지 않았던가.
 그린델왈드가 해리의 어깨에 손을 얹은 순간, 뒤에서 그의 위압감에 눌려 침묵하고 있던 버논이 최면에서 깨어난 듯 버럭 소리를 질렀다.


 "당신…! 함부로 침입해서 왜 헛소리를 하는지 모르겠지만 그애는 어디도 가지 않을 거요! 허 참, 마법사라니 말도 안되는 소리! 그 녀석에게 조금 별난 구석이 있긴 하지, 그렇게 두들겨패줬는데도 그 모양인 걸 보면!"
 "버논 더즐리. 언제 내가 당신에게 발언을 허락했지?"
 "……!"


 느닷없는 방해에 기분이 언짢아진 듯한 노신사가 독 오른 독사처럼 매서운 눈초리로 더즐리 가족을 쏘아보자 버논은 다시 얼어붙은 것처럼 입을 딱 다물었다. 그린델왈드는 다시 해리의 어깨에 올린 손에 힘을 주었다.


 "하, 하지만 어떻게 저 폭풍우를 뚫고가죠…? 배도 없는걸요. 그린델왈드… 씨?"


 조심스레 입을 연 해리를 향해 노신사가 입꼬리를 느슨하게 끌어올렸다.


 "아까 말하지 않았느냐. 너는 마법사라고. 널 데리러 온 나 역시 마법사란다. 그리고… 나를 부를 때는 교수님이라고 부르거라. 네가 가게 될 학교에서도 만날테니."
 "네, 네. 교수님."
 "좋아. 그럼 갈까. 내게 가까이 붙는 편이 좋을게다, 포터. 순간이동은 처음 겪을 때는 조금 불쾌한 기분이 드니까-"


 순간이동? 뭐라 반문할 새도 없이 그린델왈드의 손이 해리의 어깨를 강하게 끌어당겼다. 그리고 그가 한 발짝 걸음을 내딛는 순간 다시 세상이 뒤집혔다. 이번에는 물리적인 의미였다. 마치 좁은 병 안을 요동치면서 억지로 통과하는 느낌이었다. 노신사의 성마른 손이 그를 단단하게 붙들고 있지 않았다면 구역질이라도 했을지도 모른다. 얼굴 위로 스쳐가는 찬 공기에 눈물이 저절로 흘러내렸다. 마른기침을 내뱉으며 해리는 그린델왈드를 올려다보았다.


 "뭐, 뭐였죠…?!"
 "순간이동. 너도 6학년 즈음이 되면 학교에서 배우게 될 게다. 자, 그럼 다이애건 앨리에 온 걸 환영한다."


 그때서야 해리는 주위 풍경이 달라졌음을 깨달았다. 아까까지 그가 있었던 바닷내음 풍기는 작은 오두막이 아니었다. 더즐리 가족들도 보이지 않았다. 그곳에서와 동일한 것은 오직 그린델왈드가 곁에 있다는 것 뿐이었다. 비록 밤의 어둠에 묻혀있기는 했으나 자갈길 양옆으로 펼쳐져있는 수많은 상점들은 겉보기에도 이제까지 해리가 봐왔던 평범한 상점들이 아니었다. 냄비 가게, 부엉이 백화점, 빗자루 상점… 이곳이 정말 '마법사'들의 거리일까?


 "조금 늦은 시간이긴 하지만 숙소 정도야 찾을 수 있겠지. 따라오거라."


 긴 망토자락을 휘날리며 성큼성큼 멀어져가는 노신사의 뒤를 쫓아가기 위해 걸음을 재촉하며 해리는 생각했다. 아직 자신이 직면한 상황- 마법사, 호그와트, 부엉이, 그린델왈드, 부모님, 순간이동- 에 대해 절반의 반도 이해하지 못한 것 같지만 이번 11번째 생일은 이제까지의 생일 중 단연 최고일 것 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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