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Eㅣ의 날 기념으로 네ㅋㅗMㅣMㅣ 겔알
투자한 시간대비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올려봅니당
"……고양이 귀?"
"나 꼬리도 생겼어. 볼래?"
상대의 금발 위에서 쫑긋거리는 귀를 알버스는 낯선 생물을 보듯 응시했다. 그러니까, 분명 고양이 귀였다. 얼룩진 털로 덮여있는 세모난 모양새 자체는 흠잡을 수 없을 정도로 완벽했다. 그게 자리잡은 위치가 문제였을 뿐. 원래 귀는 정상적으로 있는 거 같으니까 설마 얘 지금 귀가 두 쌍인거야? 겔러트의 등 뒤에서 날렵한 모양새의 꼬리가 존재감을 과시하듯 벽을 탁탁 쳤다. 역시 귀와 동일한 색상의 꼬리였다. 고양이 귀, 그리고 꼬리.
"진짜 고양이 꼬리네……"
아연해지는 기분에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자 부드러운 털결이 손끝에 감겼다. 체온을 품고있는 진짜 귀였다. 장식이나 가짜가 아니라. 얼결에 놀라서 손을 거뒀지만 피부에 닿았던 촉감만은 아직도 생생했다.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거야?"
"몰라. 지팡이가 오작동됐나봐."
"대체 뭘 어떻게 하면 이렇게 되는데?"
다른 신체부위는 멀쩡한데 오직 고양이 귀와 꼬리 한 쌍만 튀어나오는 건 어떤 마법의 오작용이지? 폴리주스도 아닐테고. 혹시나 효과가 영구적인 건 아닐지, 저걸 파훼해서 원상복구하려면 어떻게 해야할지 머리가 복잡한 자신에 비해 정작 본인은 태연한 표정이어서 알버스의 기분은 조금 미묘해졌다. 워낙 생긴 게 고양이상 내지는 여우상에 가까워서 나름 잘 어울리는 것도 사실이기도 했다. 한시도 가만있지 못하고 이리저리 움직이는 귀와 꼬리에서 억지로 시선을 잡아떼자니 겔러트가 씩 웃었다.
"그냥 만져봐도 돼."
"너는 네 몸인데 걱정도 안 돼?"
"돌아오겠지 뭐. 아니라도 네가 있는데 뭐가 걱정이야."
"하지만."
"괜찮아, 괜찮아."
손목을 끌어다쥐고 거침없이 제 머리 위에 얹는 태도가 태연자약했다. 손가락 사이로 사금처럼 흘러내리는 금빛 머리칼과 뾰족하게 솟은 한쌍의 귀를 어루만지고 있다보니 자신마저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상념이 들기 시작했다. 본인이 괜찮다면 정말 괜찮은걸까. 정 안되면 성 뭉고 병원에라도 데려가보면 될 테고. 새삼 저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홍채의 빛깔이 새끼고양이들 특유의 파란 눈망울과 비슷하게 느껴지는 것 같기도 했다.
"알버스."
"응?"
"이러고 있으니까 꼭 네가 나 귀여워해주는 거 같아서. 네 애완동물로 사는 것도 별로 나쁜 삶은 아니었을텐데. 이참에 나 안 키워볼래?"
뭐야, 그게. 귀와 머리카락을 쓰다듬다 말고 웃음을 터뜨리고 있자니 정말 고양이라도 된 것처럼 겔러트가 체중을 실어가며 어깨에 매달려왔다.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알버스의 몸이 기우뚱 뒤로 넘어갔다. 다칠세라 머리 뒤로 손을 받쳐준 채 명랑하게 웃고있는 얼굴 위로 고양이 귀가 별개의 생물처럼 쫑긋 움직였다.
"관심없어? 나 말 잘 들어."
"그럼 손 내밀어 봐. 자, 손."
이런 건 고양이라기보다는 애완견에게나 시키는 거던가? 본인이 시켜놓고 긴가민가해진 알버스의 손바닥 위에 겔러트가 냉큼 한쪽 손을 올려놓았다. 잘했다고 칭찬해달라는 듯하는 뿌듯한 눈빛에 정말로 애완동물을 키웠다면 이런 느낌일까 하는 기분이 엄습했다. 애완묘치고는 조금- 아니 많이 잘생겼지만. 입모양으로 농담이야, 속삭인 겔러트가 뭔가를 골똘하게 생각하더니 곧 가벼운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런데 정말 키워본 경험 같은 거 없어? 부엉이 말고."
"없는데…… 겔러트 넌?"
"나도 없어. 그런데 네겐 평범한 동물보다는 뭐랄까, 불사조같은 게 어울릴 것 같긴 한데."
불사조? 난데없는 소리에 알버스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불사조는 고결하고 희귀하면서 까다로운 생물이었다. 죽음이 가까워지면 불꽃에 스스로를 불살라 도로 부활한 후 삶을 반복하는 새. 적어도 알버스가 알기에 이제껏 불사조를 길들인 마법사는 한명도 없었다.
"불사조를 어떻게 키워? 애완용으로 길들이는 것 자체가 무리일텐데."
"혹시 모르지. 알버스 너라면 가능할지도? 아무리 희귀한 생물이래도 나보다 더 걔를 예뻐해주면 안돼."
"애초에 못 키운다니까."
"아무려면 어때. 앞일은 모르는 거야."
꺄르르 웃는 얼굴에 잠시 정신이 팔려있는 동안 눈꺼풀이며 이마 위에 장난하듯 입맞춤이 연달아 떨어졌다. 시선 저 편에 보이는 꼬리는 수직으로 곧게 서 있었다. 분명 고양이들이 기분이 좋을 때는 꼬리를 저렇게 세로로 세운다고 어디선가 봤던 것 같았는데. 눈을 가늘게 뜨고 꼬리의 움직임을 응시하고 있자니 마디가 늘씬하게 뻗은 손가락이 알버스의 뺨에 감겨왔다. 어딜 봐, 나랑 있을 때는 나만 봐야지. 네 꼬리 보고 있었어. 아 내 꼬리?
"다음엔 너한테도 귀랑 꼬리 한쌍 달아줄게."
"어, 그건 사양하고 싶은데."
"이미 내 귀 만졌잖아. 그러니까 거부권 없어."
"아까는 네가 만져도 된다며?"
억울함에 목소리를 높이자 겔러트가 다시 깔깔 웃으며 어린아이를 어르듯 알버스의 이마에 제 이마를 마주댔다.
"무슨 동물 귀꼬리 달고 싶은지나 미리 생각해놔. 사슴? 토끼? 뭐가 어울릴까."
"난 동의한 적 없는… 설마, 이러려고 일부러 그거 달고 나온 건 아니지?"
"그럴 리가."
비죽 웃고있는 모습이 어째 수상하다고 느끼는 순간 겔러트가 딱, 소리 나도록 손가락을 튕겼다. 그와 동시에 금발 위에서, 등 뒤에서 유유히 흔들리던 귀와 꼬리가 순식간에 모습을 감추었다. 역시 일부러 그런 거였잖아!
"너 의외로 순진한 면이 있는 거 같더라. 정말 믿었어?"
"아 진짜……"
놀리려고 한 건 아닌데. 미안. 애교스럽게 속살거리는 목소리를 듣고 있자니 이미 사라지고 없는 고양이 꼬리가 살랑거리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다음엔 애니마구스에 도전해볼까봐. 무슨 동물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땐 더 예뻐해줘."
"난 사람인 네가 더 좋은데."
"그건 나도 알아, 그치만 가끔씩은 신선하고 좋잖아?"
애니마구스는 알버스의 입장에서는 딱히 매력을 느끼지 못했던 분야기는 했지만 상대가 도전한다는데 말리고 싶지는 않았다. 그리고 겔러트는 어떤 동물이 될까 궁금하기도 했다. 역시 생긴 것처럼 고양이과 생물일까? 아니면 여우?
"성공하게 되면 나한테 제일 먼저 보여줘야 해."
"당연하지. 같이 도전할래?"
"아니, 그냥 보는 걸로 만족할게."
같이 하면 재밌을텐데 아쉽게 됐다며 장난스레 웃는 얼굴이 오늘따라 유난히 고양이를 닮은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겔러트가 정말로 애니마구스가 되는데 성공하게 되는 것은 몇개월 후의 이야기.
이거 어떡해. 울상을 짓고있는 표정이 조금은 낯설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제일 낯설게 여겨지는 건 머리 위의…… 귀 한 쌍. 원래 머리카락과 비슷한 색깔의 적갈색 털로 덮여있는 세모꼴의 귀가 시선 끝에서 쫑긋 움직였다. 아무리 봐도 고양이 귀였다. 살아있는 것처럼 생생히 움직이는 걸 봐서는 머리띠같은 건 아닌 거 같고, 애초에 성격상 이런 깜찍한 이벤트를 할만한 타입도 아니고. 그런데 웬 고양이 귀? 오늘 무슨 날인가? 대충 달력을 보며 가늠했지만 딱히 걸리는 것은 없었기에 겔러트는 자신의 감상을 솔직하게 말하는 것을 택했다.
"아, 고양이 귀네. 귀엽다."
"그렇게 말할 게 아니라 도와줘! 이거 못 없애겠어."
"어쩌다가 그렇게 됐는데? 네가 혼자 못 없앨 정도면 엄청 지독한 거 아니야?"
"나도 모르겠어."
시무룩해할 때 귀 끄트머리가 조금 처지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착각이겠지. 설마 세트로 고양이 꼬리까지 생긴 건 아닌가 슬쩍 등뒤를 쳐다봤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꼬리는 없었다. 있었으면 더 귀여웠을 거 같긴한데, 내심 아쉬움을 느끼며 그는 찬찬히 알버스의 머리 위에 솟은 귀를 뜯어보았다. 볼수록 완벽한 한 쌍의 고양이 귀였다. 생긴 게 워낙 차분한 인상이라서 고양이과와는 많이 멀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보니 또 나름대로 어울렸다. 이런 말을 들으면 언짢아 하겠지만 귀염성 자체는 별로 없는 애다보니 이 상황 자체가 일종의 서프라이즈처럼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었다. 지금 아니면 언제 또 이런 모습을 보겠어. 내심을 숨기며 겔러트는 짐짓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시선을 떨어뜨렸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거야? 마법약? 지팡이 역발사? 주문?"
"새로운 변신술 논문 준비하면서 테스트를 해봤는데 실수가 있었나봐."
"와, 너도 실수란 걸 하는구나? 그런데 이거 만져봐도 돼?"
"응? 응……"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겔러트는 냉큼 머리카락 위로 뾰족하게 솟은 귀에 손을 가져갔다. 얄팍한 감촉과 부드러운 털결. 나름의 온기를 품고있는 고양이 귀 특유의 촉감이 맞았다. 비록 그걸 달고 있는 건 제 또래의 소년이긴 했지만. 아무 생각 없이 귀를 만지작거리고 있자니 알버스가 갑자기 한두걸음 뒤로 물러서며 몸을 뺐다. 고개를 숙인 채 묘하게 쥐어짜낸 듯한 목소리가 더듬거리듯 흘러나왔다.
"저, 겔러트. 그만 만지면 안돼?"
"아팠어? 너무 내 마음대로 만졌나."
"아니, 아픈 건 아니지만- 간지러우니까 기분이 이상해서."
"얼굴 빨개졌는데?"
"그냥 보지 마……"
갑작스레 고양이 귀를 달고 나타나더니 성격마저 고양이처럼 변덕스러워지기라도 했나 싶었다. 쟤 왜 저래? 다소 황당한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으려니 상대가 주춤주춤 뒷걸음질치다가 2층으로 후다닥 사라졌다. 얼떨결에 혼자 남겨진 입장에서 황망하기 짝이 없었다. 도와달라고 불러놓더니 도망가버리면 나더러 어떡하라고…
다시 귀를 떼어버리고 멀쩡한 모습으로 나타난 알버스가 부끄러워서 죽어가는 듯한 표정으로 어제 일은 잊어달라고 부탁한 것은 다음날이 되어서였다. 혼자서는 못 없애겠다더니, 잘만 해낼 거면서 대체 왜 불렀던 거야. 어제 왜 그랬던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하루만에 고양이 귀를 떼버린 것은 솔직히 약간 아쉬웠다. 그 모습 꽤나 귀여웠는데, 나중에 머리띠나 마법으로 한번 더 달아줘볼까. 다른 속내를 품은 채 겔러트는 알버스를 향해 생긋 웃어보였다.
+영알 귀가 약할 거 같다는 동인설정이 있음 원래 겔만 쓰려다가 영알버스한테도 달아주고싶어서 2천자 미만으로 짧게. 바니에 이어 ㄴㅋㅁㅁ라니 정말 이래도 괜찮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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