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질식할 것 같았다. 발목에 묵직한 추를 매단 채 깊은 심해에 가라앉는 것만 같은, 혹은 바닥없는 유사 속으로 질질 끌려들어가는 듯한 기분에 몇번이고 숨을 가쁘게 토해냈다. 서서히 느리게 죽어가는 것은 이러한 기분일까. 분명 숨을 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가슴이 답답했다. 마치 누군가 목을 지그시 졸라오는 것처럼. 혹은 물 속에 잠긴 채 익사하는 것처럼. 이 감각을 잘 알고 있었다. 처음 어머니의 부음을 전해듣고 고향으로 돌아왔던 순간, 철없는 남동생과 망가져버린 여동생이 온전히 알버스 자신의 몫으로 남겨졌다는 것을 깨달았던 찰나의 절망감. 그리고 무저갱과도 같은 절망과 좌절에서 자신의 손을 잡고 끌어내주었던 또래 소년을 아직까지도 생생하게 기억했다. 아도니스처럼 아름다웠던 외모도, 자신의 계획을 언급할 때 유독 별처럼 반짝이던 눈빛도, 동유럽 악센트가 약하게 섞여있던 낭랑한 목소리도, 쾌활했던 웃음소리도, 상념에 깊이 빠져들면 한쪽 발끝을 까딱거리는 사소한 버릇마저도.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네가 나의 구원자라고, 나의 태양이고 마침내 만난 나의 반쪽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었는데. 겔러트. 짧고도 길었던 지난 두어달간 애정을 담아 수백수천번도 넘게 부르고 써내려갔던 이름이었다. 하지만 이제 모래를 씹는 듯 까끌까끌하게만 느껴질 뿐인 어감에 혀끝이 썼다. 천사의 얼굴과 독사의 혀, 수려한 외모와 그보다 더 현란했던 언변. 그런 그를 사랑했었다. 온통 잿빛으로 바랜 세계에서 홀로 찬란한 황금빛으로 반짝이던 또래 소년을. 숨을 쉬지 못하고 죽어가던 자신에게 도로 호흡을 불어넣어준 나의 구원자. 한동안 숨통이 틀어막혀있었던터라 다시 만난 호흡이 너무나 달콤해서, 그 숨결에 독이 섞여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기꺼이 눈을 감고 들이켰다. 그리고 그 결과는 이토록 참혹하게 돌아왔다. 차갑게 식은 여동생의 마지막 모습이 다시 선연하게 눈앞에 떠오르는 바람에 알버스는 진저리를 쳤다. 추위를 느끼는 것도 아닌데 손끝이 사시나무처럼 떨렸다. 나 때문에, 내 잘못 때문에. 그런 위험한 생각에 미쳐서 그애를 내버려두는 바람에. 오빠──, 여동생의 마지막 목소리가 환청처럼 귓전에 맴돌았다. 다시 숨이 턱 막혔다. 물밖에 내팽개쳐진 채 의미없이 아가미를 뻐끔거리는 수중생물처럼, 부레를 잃고 해변가에 표류한 채 헐떡이며 죽어가는 인어처럼. 자신은 도로 심연 깊숙히 침잠해가고 있었다. 호흡을 잃어버리고서 대체 어떻게 살아갈 수가 있을까.

 겔러트. 너는 나의 호흡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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