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에 쓰려고 했던 글 도저히 안 쓸 거 같아서 그냥 백업겸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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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드문의 수장이 바뀌었다.
 그 소식을 사혁이 느지막히 전해들은 것은 어느 저녁이었다. 국내에서 흡혈귀들 주도로 운영되는 기업체 중 플렉스 메디컬 다음가는 규모로 손꼽히는 골드문ㅡ 그 전대 회장이었던 석동출 사후, 후계별로 파벌이 나뉘어 꽤나 어지럽다는 내부사정을 여러 소식통을 통해 알음알음 전해 듣고있었는데도 새 회장의 이름 석글자는 그에게도 꽤나 낯선 것이었다.

 이자성. 

 명목상 서열 1위였던 장수기와 서열 2위 정청, 서열 3위 이중구 중 한 명이 다음 회장 자리를 차지하리라 예상했건만 지금 언급된 이름석자는 다소 생경했다. 이자성, 얼마전까지만 해도 북대문파 오야 정청의 충성스러운 오른팔이자 골드문의 영업이사였던 '인간.' 그동안 전혀 헌터들 새에서 언급이 없었던 것을 보면 아마 진마도 흡혈귀도 아닌 평범한 인간이었으리라. 애초에 일개 인간이 어느정도 지위를 가진 채 그들 무리에 끼어있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기는 했다. 물론 정청 생전 이자성과의 관계가 유난히 돈독했다니, 비밀스레 제 혈족으로 만들어 끼고돌던 에스콰이어였을지도 모른다는 추측 역시 배제할 수는 없기는 했으나…… 어쨌든 먹음직스러운 사냥감인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최근 제일파의 장수기가 수술당하고 끈 떨어진 뒤웅박 신세가 되었다고는 하나, 쟁쟁한 진마 셋을 제치고 웬 듣도보도 못한 뉴페이스가 회장직에 앉을 줄은. 사혁은 익숙하게 제 품안에 있던 담배갑을 꺼내 자연스럽게 불을 붙였다. 길쭉하고 마디진 손가락 새에 끼워진 담배꽁초가 독한 연기를 내며 서서히 타들어갔다. 연기를 후욱 내쉬며 그는 히죽 웃었다. 이거 엄청 재밌네.


 "흡혈귀도 아닌 인간이 저 골드문의 회장이 될 수 있었을리는 없고. 그럼 최소 진마 셋의 피를 마셨단 얘긴가……"


 엄청난 거물이잖아. 그럼 추정 VT가 대체 몇이야, 그럼. 저절로 비죽이 끌려올라가는 입꼬리를 참을 수 없어 실실 웃음이 나왔다. 사랑에 빠진 소년처럼 심장이 세차게 뛰기 시작했다. 갓 진마가 된 신생 진마처럼 사냥하기 쉬운 먹잇감이 어디 있을까. 물론 회장님이시라니 자식들에게 꽁꽁 보호받고 계시겠지만 원래 적절한 난이도는 사냥꾼의 승부근성을 불러일으키기 마련이다. 그리고 알케미스트, 사혁은 그런 도전 정도는 기꺼이 즐기며 받아들여줄 수 있는 남자였다. 아까 보고받으며 확인했던 이자성의 표정없는 얼굴이 눈앞에 잔상처럼 아른거리는 바람에 문득 하복부에 저릿한 감각이 몰려왔다. 어린 진마의 흰 목덜미를 새모가지처럼 비틀어버리는 상상을 하며 그는 마음껏 고양감을 만끽했다.
 사진으로 본 남자는 꽤나 건조하고 냉막한 표정을 짓고있었다. 사신같은 시커먼 정장차림과 대비되던 창백한 낯빛은 이미 오래전에 미소짓는 법 따위 잊어버렸다는 것처럼 메말라보였다. 아, 원래 저런 도도한 인상이 더 남자의 흥미를 땡기지. 지금 그의 공장에서 사육되고있는 흡혈귀들처럼 그 회장님을 비참하게 바닥에서 굴린다면 그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
 이자성. 이자성. 이자성. 사혁은 천천히 입안으로 목표의 이름을 굴리며 담배꽁초를 재떨이 위에 비벼 껐다. 여전히 심장은 요동치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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