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정 본 순간 이건 꼭 쵱컾으로 써야해!!!했는데 능력이 딸려서 중셉으로만 남겨두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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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음이 때를 맞아 활짝 피어난 꽃이라면 <노화>는 일종의 특권이며 상징과도 같았다. 나는 이미 소울메이트를 만났으며, 그 혹은 그녀와 같이 늙어가고 있다는 증표나 다름없었던 것이다. 모든 사람들은 성인이 됨과 동시에 모든 신체적 노화가 멈추며 소울메이트를 만난 후에야 비로소 순리대로 늙어갈 수 있었다. 그렇기에 나이에 맞지 않는 젊음은 오히려 부끄럽고 미성숙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머글들이야 어쩔 수 없다지만 마법사들에게는 마법이 있었고, 따라서 아직 소울메이트를 만나지 못한 것을 수치스럽게 여기는 마녀와 마법사들을 위한 각종 위장용 약물과 주문 등은 활발하게 개발되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버스 덤블도어는 언제나 갓 학교를 졸업한 듯한 앳된 소년의 외모를 하고 있었다. 변신술 교수였으며 관련 칼럼을 기고할 정도로 우수한 인재인 그가 스스로의 능력을 믿지 못해 나이들어 보이는 위장을 취하지 않는 것은 아닐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겉모습은 항상 열일곱 -그것도 또래에 비해 더 어려보이는- 소년이었다. 교수일 때도, 그리고 교장이 되고나서도. 학생들은 자라고 늙어가는데도 그는 언제나 영민한 소년의 외모인 채로 교장실에 앉아있었다. 자신의 제자들보다 더 어린 모습을 한 채로. 비록 소울메이트가 없다하여도 그는 혼자서도 그 결여를 차고넘치게 충족할 수 있는 인물이었고 따라서 그것을 문제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적어도 그의 면전에서는.
 과연 그가 어쩌다가 소울메이트를 만나지 못했는가는 교내에서도 꽤나 인기있는 가십이었다. 학생들은, 때로 호그와트 밖의 성인 마법사들은 덤블도어가 소울메이트를 찾기엔 너무 바빴다거나 세상 어디에도 저런 유별난 천재의 소울메이트는 없었으리라는 식으로 결론을 내고는 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알버스 덤블도어가 이미 자신의 소울메이트를 만난 적이 있으며 그 소울메이트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알고있다고 상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중략)


 누멘가드의 풍경은 언제나처럼 살풍경하고 음울했다. 깎아지른 듯한 바닷가 절벽 근처에 세워져있는 높디높은 탑들과 잿빛의 벽돌들은 보는 이에게 위압감을 주고도 남는 것이었기에. 한때 이곳은 전 유럽을 공포에 떨게 했었던 마왕이 자신의 정적들을 감금하기 위해 만든 감옥이었다. 지금이야 단 한 사람만이 이 안에 죄수로서 갇혀있을 뿐이지만. 겔러트 그린델왈드, 이 감옥을 세운 몰락한 마왕. 덤블도어 본인이 스스로의 손으로 이곳에 유폐시킨 그는 벌써 몇십년째 이 안에 갇혀있었다. 처음 그를 이곳에 가둘 때는 탈옥의 우려 때문에 반대의 목소리가 높았으나 그런 걱정이 무색하게도 그린델왈드는 자신의 독방 안에 얌전히 틀어박혀있었다. 그리고 1945년 이후 그가 이곳에 직접 방문하는 것도 처음이었다. 아마 다시는 이 음침한 풍경과 그의 얼굴을 볼 일이 없으리라 믿었었는데.
 누멘가드에는 간수도, 관리인도 없었다. 만약 있었다한들 그들이 감시해야하는 것은 다름아닌 이 누멘가드를 설계하고 건설한 마왕이었다. 아무리 독방에 갇혀있는 신세라 할지라도, 그가 자신의 손바닥 보듯 훤하게 누멘가드의 약점과 지리를 꿰뚫고 있다면 사실상 별 의미가 없지않은가. 그렇기에 대신 이곳을 에워싼 것은 덤블도어 본인이 고안해낸 특수 보안마법이었다. 덤블도어와 바로 연결되어있어 혹시나 살아있는 뭔가가 밖으로 빠져나간다면 바로 그가 느낄 수 있도록. 촘촘하게 건물 전체를 둘러싼 보안마법을 통과하는 기분은 시전자인 그에게도 별로 좋지는 않았다. 한때 수감자들의 고통과 눈물, 한숨으로 얼룩졌을 누멘가드의 벽은 오랫동안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것을 티내듯 온통 뿌연 거미줄과 먼지로 덮혀있었다. 그린델왈드가 갇혀있는 곳은 가장 높은 탑이다. 손쉽게 비행마법으로 날아갈 수도 있었지만 덤블도어는 굳이 걸어올라가는 것을 택했다. 한발짝 한발짝 계단을 오를 때마다 음산한 공기가 몸을 휘감는다. 그가 있을 곳과 가까워질수록 마음이 복잡해져왔다. 다시 볼 수 없으리라 예상했던 이와 조우한다는데서 오는 불편함도 있었으나 덤블도어가 새삼 신경쓰고있는 것은 그의 앳된 외모였다. 그를 만난다고 생각하니 이제껏 단 한번도 신경쓴 적 없던 어린 겉모습이 새삼 숨기고 싶은 치부처럼 느껴졌다. 그린델왈드와 처음 조우했던 1899년에도, 그와 싸웠던 1945년에도, 몇십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그는 여전히 열일곱 소년이었으니까. 겔러트, 난 너와 헤어진 그날 이후로 전혀 나이를 먹지 않았어. 네가… 나의 소울메이트, 파트너였으니까. 그동안 너는 그 안에 홀로 머물며 얼마나 나이가 들어있을까.
 드디어 최상층에 도착했을 때 그는 자신도 모르게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결코 다시 볼 수 없으리라 생각해왔던 상대와의 재회. 덤블도어는 여전히 1899년의 여름 , 그린델왈드와 처음 만났을 때와 같은 소년의 모습이었지만 과연 그는 어떨까? 자신이 무엇을 생각하는지도 알 수 없었다. 순리대로 나이먹어버린 그를 기대하는 것인지 아니면-

 "안녕, 알버스. 네가 올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지."
 "겔러트……"

 겔러트 그린델왈드가 쓰고있는 독방은 어둡고 비좁았다. 한때 유럽 전역을 공포에 떨게하던 마왕이 여생을 보낼 거처라기에는 너무나 초라한 풍경이었다. 그러나 누군가는 이것이 그에게 마땅한 장소라고 하겠지. 덤블도어는 쇠창살 앞에 서서 천천히 시선을 옮겼다. 낡아빠진 담요와 역시 낡은 침상, 죽은 벌레들의 시체들이 즐비하고 구석구석 먼지가 뽀얗게 끼어있는 습기찬 감옥의 내벽. 그린델왈드는 제 독방 구석의 그늘에 웅크린 채 앉아있어 덤블도어가 서있는 위치에서 그의 얼굴까지는 보이지 않았다. 새삼스레 입안이 말랐다.

 "무슨 일로 여기까지 왔을까. 내가 보고싶어지기라도 했어?"
 "너-"

 나지막한 웃음소리와 함께 몸을 일으킨 그린델왈드가 쇠창살 가까이 다가왔다. 그리고 두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교차했다. 경악과 담담함, 그리고 약간의 장난기. 그린델왈드의 모습은 그가 기억하고있던 첫만남 그대로였다. 외모도, 특유의 분위기도. 제대로 다듬지 못해 그 길이는 길어졌으나 여전히 화려한 금발과 생기 넘치는 열여섯 소년의 이목구비. 유리조각처럼 반질거리는 새파란 눈동자가 덤블도어를 유쾌한 듯 응시하고 있었다. 겔러트 그린델왈드 역시 나이를 먹지 않았다. 알버스 덤블도어가 그랬듯이.

 "왜? 그때 분명 너는 나이든 모습을 하고 있었어. 분명히,"
 "아, 45년에? 그거야 당연히 변신술로 위장하고 다녔던거지. 나름 마왕씩이나 됐는데 계속 어린애 얼굴을 하고 있으면 무시당할테니까."
 "그럴 수가……"
 "하지만 이 안에선 마법을 전혀 쓸 수가 없으니까 어쩔 수 없잖아. 어차피 보는 사람도 없겠다. 이거 네 작품이지? 너도 여전하구나. 그대로야, 알버스."

 쇠창살 너머로 그린델왈드의 손이 뻗어져왔으나 덤블도어는 피하지 않았다. 뺨에 와닿은 그의 손바닥은 건조했고 손끝은 싸늘했다. 그린델왈드는 항상 그랬다. 성정은 불같고 언변 역시 타오르는 불꽃처럼 열정적이고 과격했으면서도 그 체온만큼은 항상 어울리지 않게 서늘했다. 마치 깨지기 쉬운 물건을 다루는 것처럼 그의 손이 턱의 경계선과 뺨을 느릿느릿하게 매만졌다. 뒤로 물러서야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덤블도어는 어느새 홀린 듯 그린델왈드의 손에 제 몸을 의지하고 있었다. 백조처럼 길고 우아한 손가락이 붉은빛이 감도는 머리카락을 쓸어내리다가 입술을 지그시 눌렀다.

 "왠지 기쁜걸. 네가 나를 다시 찾아와줘서."
 "……"
 "그리고 네가 여전히 나이를 먹지 않아서."
 "겔러트."
 "이제와서 무슨 소용이겠냐만은, 알버스 네 소울메이트는 나였잖아?"

 널 떠나고나서야 알았지. 내 소울메이트 역시 너였다는 것을. 그가 손을 거두며 마저 덧붙였다.
 그린델왈드의 목소리는 여전히 매끄럽고 유려했으며 외모는 한결같이 젊고 매력적이었다. 처음 그에게 마음을 빼앗겨버렸던 그 해 여름처럼. 오랜 독방생활도 그에게서 특유의 아름다움을 앗아가지는 못한 모양이었다. 내 하나뿐인 소울메이트, 내 손으로 직접 이 황량한 감옥안에 가두고야 만 나의 메피스토펠레스. 그린델왈드가 비밀스러운 화제라도 꺼내듯 천연덕스러운 태도로 한쪽 눈을 찡긋해보였다.

 "너는 항상 착한 모범생이었으니까. 이제와서 지금이라도 탈옥시켜 줄테니 같이 멀리 도망가자거나 그런 종류의 달콤한 밀어를 기대하는건 무리겠지?"
 "그건……"
 "농담이야. 나도 알아, 내가 아는 넌 그런 짓 따위 하지 않을테니까. 아무리 우리가 서로의 소울메이트라고 해도 말이지."

 10대 소년 특유의 명랑한 웃음소리가 좁은 누멘가드의 감옥안에 울려퍼졌다. 여전히 복잡한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덤블도어에게 그린델왈드는 입을 열었다.

 "돌아가, 알버스. 이미 우리는 서로를 구원하지 못할 테니까. 볼드모트 때문에 왔지? 그는 머지않아 파멸할거야. 내 조력이 없더라도."
 "겔러트-"
 "그러니까 돌아가."


(중략)


 그는 고드릭 골짜기를 떠난 열여섯 살 이후로는 나이를 먹지 않았다. 그 사실을 깨달은 것은 몇년이 지나고 나서의 일이었다. 아, 알버스. 네가 내…… 후회해도 이미 돌아갈 수는 없었기에 그는 변신술로 스스로를 위장하는 길을 택했다. 열여섯 살 때부터 몸을 숨기기위해 투명망토가 필요없었던 겔러트에게 있어 그런 위장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변장 아래 존재하는 열여섯 소년의 얼굴로 살아가면서 그는 몇번이고 다시 생각했다. 그때 만약 알버스의 여동생을 내버려두고 가자고 했다면, 그냥 장례식 이후에도 뻔뻔하게 그곳에 눌러앉았더라면. 흐느껴우는 알버스를 그대로 끌어안고 미안하다고 사죄했더라면. 아니면 내 소울메이트가 너라고, 그렇게 고백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달라졌을까, 전혀 달라지지 않았을까. 이제와서는 무의미한 가정들이었다. 그는 이 좁고 습기찬 감방에 갇혀있었고 그의 소울메이트는 누멘가드에서 너무나 멀리 떨어진 곳에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게 언제였더라, 알버스가 다시 찾아왔었지. 여기 갇힌 후로 다시는 못 볼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똑같았다. 그 섬세하면서도 온화한 인상도, 고심에 빠지면 눈썹을 찌푸리는 버릇도, 날 응시할 때 흐릿해지는 듯한 눈빛까지 기억 속의 그대로였지. 솔직히 조금 기뻤다면 이기적인 것일까. 너 역시 겉으로는 전혀 나이를 먹지 않아서, 나를 두고 또다른 소울메이트를 만나지 않아서. 그린델왈드는 어둠 속에 앉아 눈을 감았다. 학창시절 내내 우등생이고 모범생이었다던 알버스 덤블도어는 여전히 책임감이 강했다. 아무리 새삼 서로의 소울메이트임을 확인했다고 해도 제 손으로 가둔 저를 이제와서 내보내주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않았다. 하긴 그 정도는 되어야지. 내 소울메이트라면.
 하지만 그 환영을 본 순간 그린델왈드는 자신의 선택을 다시 후회했다. 그날 그렇게 돌려보내지말걸. 그냥 같이 도망가자고 할걸. 사실 널 사랑한다고, 이제 너만을 위해서 살 테니까 제발 여기서 내보내달라고 할 것을. 여전히 앳되고 어린 열일곱 소년의 외모를 한 덤블도어가 높은 탑 위에 서 있었다. 모종의 이유로 인해 기운을 소비하기라도 했는지 한없이 약한 모습을 한 채로, 흉하게 불탄 것처럼 보이는 한쪽 손을 치켜든 채. 환영 속의 소년은 가슴에 주문을 맞고 그대로 탑 아래로 추락한다. 아주 느린 속도로. 차분하고 침착한, 자신이 잘 알고있는 소년의 얼굴을 한 채로. 그린델왈드는 몸서리를 치며 환영에서 깨어났다. 그는 환영을 보는 자였고, 이것은 꽤나 유용한 재능이었다. 이제껏 스스로를 위해 잘 써먹어온 재능이었으나 이번만큼은 달랐다. 차라리 방금 본 것이 거짓이었으면, 이 탑에서 빠져나가 그를 구할 수만 있다면 소원해도 소용 없었다. 비록 단 한사람의 마법사도 지키고 있지 않았으나 그를 가두고 있는 덤블도어의 마법은 마치 철옹성과도 같이 견고했으므로. 알버스, 아. 어째서. 몇번이고 무의미한 파훼 시도를 반복하며 그린델왈드는 누멘가드에 갇힌 이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덤블도어를 원망했다. 한 가지 사실은 분명했다. 그가 여기 하릴없이 갇혀있는 동안 그의 유일한 소울메이트는 곧 때이른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중략)


 변화는 갑작스러웠다. 오감이 해방되었다. 신체를 속박하고 있는 듯한 마법의 흐름이, 이제껏 반세기 넘게 제2의 중력처럼 그를 통제하고 짓눌러오던 감각이 씻은 듯이 사라졌다. 그린델왈드는 느리게 자리에서 일어섰다. 덤블도어의 보안마법이 그동안 외부와 감옥 내부를 차단시키는 역할 역시 했었던건지 외벽의 틈 사이로 미미한 소음이 새어들어오는 것이 느껴졌다. 파도의 소리였다. 참, 내가 이걸 바닷가 근처에 지어놨었지. 이미 피부에 직접 와닿는 공기의 흐름마저 다르게 느껴지고 있었다. 아마 원한다면 이런 감옥 벽따위는 쉽게 부숴버리고 밖으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오랫동안 느끼지 못한 햇살과 공기를 온몸으로 느낄 수도 있을 것이고, 아무도 그를 모르는 곳으로 잠적해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린델왈드는 전혀 기쁘지 않았다. 오히려 애끓듯 비통했다. 누멘가드 전체를 철통처럼 감싸고 있던 보안마법이 사라졌다는 것은 단 한가지의 의미밖에 없었다. 그 마법을 펼친 시전자의 죽음.

 "알버스……"

 그의 환영은 거짓을 보여주지 않는다. 환영이 보여주었던 것처럼, 알버스 덤블도어는 이 시각 사망했을 것이다. 주문을 맞고, 높은 탑 위에서 떨어지는 바람에.
 
 "대체, 왜……"

 왜 너는 항상 나를 낙담하게 만들어. 소년의 모습을 한 몰락한 마왕은 메마른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쥐었다. 너를 잃는 건 그때 한번으로 족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다시 잃게 될 줄은 몰랐어. 후회는 언제나 늦다. 그때도 그랬고 지금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지독한 무기력함을 느끼며 낮게 신음했다.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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