씀 어플 키워드 '다녀올게'




 다녀올게.


 언니는 항상 그렇게 말했다. 자리를 비울 때마다 언제나, 빠짐없이. 잠시 내 옆을 뜰 때마다, 미안하다는 듯한 눈빛으로 내게 속삭였다. 다녀올게, 잠깐이면 돼. 그러니까 기다릴 수 있지, 사쿠라?

 그럴 때마다 나는 마치 어린아이가 된 기분이었다. 십년도 더 전, 내가 아직 토오사카의 성을 가지고 있었을 때 언니가 나를 항상 챙겨줘야 할 어린 동생 취급했을 때처럼. 이미 다 잊어버렸다고 생각했는데 오래전 아득한 심연 아래로 묻어둔 유년기의 기억들은 보글보글 아래로부터 솟아오르는 기포처럼 매일 수면 위로 차례차례 하나둘씩 떠올랐다. 


 언니.

 응?

 기억해요? 우리가 어려서… 아마 여덟,아홉살쯤이었을 거에요. 아버님, 어머님과 같이 유카타를 입고 축제에 갔던 때. 그때 저는 금붕어를 잡고 싶어했는데 아무리 애써봐도 제 힘으로는 한마리도 잡을 수 없었어요. 그때 언니가 말했었어요. 잠깐 기다려 봐, 사쿠라- 라고. 그리고 언니는 뜰채 하나를 더 가져오더니 금새 금붕어를 2마리나 더 잡아줬었어요. 금붕어가 든 비닐봉투를 야무지게 제 손안에 쥐어주고나서 자, 어머님이 기다리실 테니까 어서 뛰어! 라면서 내 손목을 끌어당겨서 뛰었었죠.

 아, 그랬었나…… 벌써 오래된 일이네. 기억력이 좋구나, 사쿠라. 사실 네가 말하기 전까지 살짝 잊어버리고 있었어.

 저도…… 아주 최근에야 기억한걸요. 저어, 언니.

 응?

 나중에- 다시 우리 같이, 둘이서 축제에 가요. 이번엔 저도 언니에게 금붕어를 잡아주고 싶어요.

 으응, 그럴까. 이제 여름도 얼마 안남았고- 그럼 약속. 여기 새끼손가락.

 네에- 저도, 새끼손가락.


 이제 내게 남은 것은 언니 뿐이다. 할아버님도, 오라버니도, 토오사카 댁의 아버님도, 어머님도, 그리고…… 선배조차도. 오로지 이 세상에 나를 생각해주는 사람은 언니 뿐. 나의 언니, 토오사카 린. 지금도 날 위해서 여름 축제에 가줄 것을 약속하며 손가락 걸고 웃어주고 있는 사람.


 자아, 그럼 이제 정말 다녀올게. 사쿠라.

 네, 언니.


 만개한 장미처럼 화사한 웃음을 머금은 채 언니가 현관에 서서 손을 활기차게 흔들어보였다. 나 역시 언니를 배웅하며 마주 웃어보였다.

 다녀오세요.

'txt' 카테고리의 다른 글

fate/궁앵 Dear  (0) 2016.07.11
MCU/로키타샤 단문  (0) 2016.07.05
fate/언늠,검른 단문 모음  (0) 2016.07.04
fate/궁흑앵 단문 last kiss  (0) 2016.06.28
아가씨/히데숙히데 단문  (0) 2016.06.28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