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늠)

그는 소녀를 사랑했다. 그것은 그 나름대로의 각별한 애정이었다. 그는 사형으로서, 또한 후견인으로서 더할 나위 없는 친애의 정을 소녀에게 품고있었던 것이다. 제 아버지를 찌른 검을 부여안고 울던 어린애가 어설프게나마 제법 귀족다운 풍모를 지닌 계집으로 성장하기까지, 그는 오랜 시간 소녀를 지켜봐왔다. 어쩌면 그 모든 수고는 오늘을 위해서가 아니었을까. 가감없는 적의에 가득 찬 영롱한 눈매를 마주하고 있자니 흉부가 저릿해지는 듯한 낯선 감각이 엄습했다. 이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아이인가. 코토미네 키레는 웃듯이 입술을 기묘하게 일그러뜨렸다.

린, 나는 정말이지 네가 좋다. 



광검)

어제까지의 그녀는 왕국에서 가장 고귀한 신분의 여인이었으나 오늘 그녀는 가신이었던 제게 사랑을 속삭이는 연인이었다. 왕비를 품에 안으며 기사는 주군의 올곧은 뒷모습을 절망처럼 떠올렸다.

왕이시여, 부디 저를 용서하지 마소서.



궁검)

푸르스름한 빛에 물든 금발과 청은의 갑주, 아마 지옥에 떨어진다해도 그 모습만은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라 그는 생각했었다.

잊지 않았다. 잊지 못했다. 잊을 리가 없었다. 그녀만은, 절대로. 남자는 억겁의 회귀 끝자락에서 재회한 그의 베아트리체를 끌어안았다. 경배와도 같은 포옹이었다.



금검)

처음에는 단순한 소유욕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이 세계를 지배하는 유일한 왕중지왕이었으며, 세계는 왕이 거니는 정원과 다름이 없었다. 그리고 그 정원에 피어나는 이름모를 꽃송이 역시 제 아무리 보잘것 없을지라도 왕의 소유일 터. 

분명 그렇게 생각했는데, 지금 이 감정은 무엇이란 말인가. 

휘황찬란한 성검을 든 소녀왕의 흰 뺨에 부서진 건틀릿의 끄트머리가 스치듯 미끄러져내렸다. 그런가, 그가 가질 수 없는 것이 그의 뜰에 존재했단 말인가. 그렇지만 때로는 온전히 소유할 수 없기에 아름다운 것 역시 존재하는 법이다. 전혀 흔들림 없는 푸른 눈동자를 응시하며 황금의 왕은 희미하게 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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